오늘은 화장품 때문에 피부를 잃은 엘리자베스1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피부를 맑고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수많은 화장품을 바릅니다. 성분을 꼼꼼히 따지고, 천연 재료인지 혹은 피부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죠.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450년 전, 유럽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한 여왕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치명적인 독약'을 정성스럽게 발랐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1세.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이끈 위대한 여왕입니다.
초상화 속 그녀는 언제나 달걀껍질처럼 뽀얗고 투명한 백옥 피부를 자랑합니다. 잡티 하나 없이 완벽하게 하얀 얼굴은 당시 모든 유럽 귀족들의 동경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하고 고결해 보이는 하얀 얼굴 뒤에는, 피부가 새까맣게 썩어 들어가고 이빨이 우수수 빠지며 뼈가 녹아내리던 한 인간의 끔찍하고도 슬픈 잔혹사가 숨어 있었습니다. 여왕을 천천히 좀비처럼 망가뜨린 범인은 바로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화장품, '하얀 납 가루'였습니다.

1. 달걀껍질 피부를 향한 집착: 여왕의 얼굴을 덮은 백색 유령
16세기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는 한 가지 독특한 미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바로 '질릴 정도로 하얀 피부'였습니다. 당시에는 햇볕 아래에서 힘들게 밭일을 하는 평민들은 피부가 까맣게 탔기 때문에, 하루 종일 시원한 성 안에서만 생활하는 귀족들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데 집착했습니다. 하얀 피부는 곧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셈입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에게는 얼굴을 하얗게 칠해야만 하는 필사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그녀는 당시 치사율이 엄청나게 높았던 무서운 전염병인 '천연두'에 걸리게 됩니다. 목숨은 가까스로 건졌지만, 병이 지나간 자리인 그녀의 온 얼굴에는 깊고 거친 곰보 자국(흉터)이 가득 남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여왕으로서 대중 앞에 완벽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던 그녀에게 이 흉터는 엄청난 콤플렉스이자 스트레스였습니다. 약해진 권위를 세우고 대중에게 완벽한 '처녀 여왕'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그녀는 얼굴의 모든 구멍과 흉터를 완벽하게 메워줄 마법의 화장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화장품의 이름은 '베네치아 세루스'였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파운데이션이나 비비크림 같은 역할을 했던 이 화장품은 바르는 순간 얼굴의 모든 잡티와 흉터를 지워주고,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광택까지 내주어 여왕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여왕이 이 화장품을 쓰기 시작하자, 영국의 모든 귀족 여성들도 트렌드를 따라 세루스 가루를 얼굴에 떡칠하기 시작했습니다.
2. 화장을 지우면 나타나는 괴물: 바를수록 썩어가는 악순환의 덫
문제는 이 '베네치아 세루스'의 주성분이 인간의 몸을 안에서부터 파괴하는 중금속인 '납'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납이 몸에 흡수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얼굴을 하얗게 만들어 주니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매일 가루를 들이마시고 피부에 흡수시켰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당시의 위생 관념이었습니다. 16세기 유럽인들은 물로 몸을 씻으면 피부의 구멍을 통해 병균이 들어온다고 믿어 목욕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역시 이 두꺼운 납 화장을 매일 지운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계속해서 덧바르고 덧발랐습니다. 보통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주 동안 화장을 전혀 지우지 않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간혹 화장을 지울 때가 되면 더 끔찍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이 화장을 지우기 위해 사용한 세안제는 장미수와 수은, 그리고 돼지기름을 섞은 물질이었습니다. 납 위에 또 다른 강력한 중금속인 '수은'을 발라 피부를 문지른 것입니다. 수은은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성질이 있어 잠시 가루가 지워지는 듯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왕의 피부를 완전히 걸레짝으로 만들었습니다.
- 1단계: 시커멓게 죽어가는 맨얼굴: 피부 세포의 괴사.
납 독소가 피부 진피층을 파괴하면서, 화장을 지운 여왕의 진짜 피부는 생기를 잃고 노랗다 못해 거뭇거뭇하게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2단계: 이마가 넓어지고 대머리가 되다: 모근 파괴와 탈모.
두피까지 스며든 납 독소 때문에 모근이 전부 타버려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졌습니다. 여왕은 이를 감추기 위해 붉은색 가발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3단계: 우수수 빠지는 이빨과 썩은 냄새: 치아 손실과 구취.
잇몸 조직이 녹아내리면서 멀쩡하던 이빨이 흔들리다 빠져버렸고, 입안에서는 납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인 썩은 고기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을 지웠을 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맨얼굴이 마치 좀비처럼 시커멓고 주름진 괴물처럼 변해가는 것을 보며, 엘리자베스 여왕은 극심한 공포와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더욱 참혹했습니다. "내 썩어버린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화장을 더 두껍게 해라!"라며 명령한 것이죠.
말년의 여왕은 얼굴에 납 반죽을 무려 1cm에 가깝게 두껍게 올려, 얼굴 근육을 조금만 움직여도 화장품에 금이 갈 정도였습니다. 마치 하얀 석고 가면을 쓰고 다닌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아름다워지려고 시작한 화장이, 결국 자신의 진짜 얼굴을 파괴하고, 그 파괴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독을 더 많이 바르는 잔혹한 지옥의 굴레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3. 이빨 빠진 여왕의 고독한 종말: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처녀 여왕
납은 피부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피부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납 성분은 온몸을 돌며 중추신경계와 뇌를 직접 타격합니다. 영리하고 냉철했던 엘리자베스 여왕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이성을 잃고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년에 이르자 여왕의 몸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잇몸이 완전히 주저앉아 앞이빨이 대부분 빠져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격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국을 방문했던 한 외국 대사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여왕의 이빨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남아있는 이빨마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면 마치 어두운 동굴을 보는 것 같았다."
여왕은 이빨이 빠져 발음이 새는 것을 감추기 위해 천 조각을 입안에 쑤셔 넣고 말을 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납 중독으로 인한 만성 복통과 관절통, 그리고 우울증과 피해망상이 겹치면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신경질적인 미치광이처럼 변해갔습니다.
그녀는 성 안의 모든 거울을 치우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자신의 좀비 같은 몰골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녀들이 몇 시간에 걸쳐 그녀의 얼굴에 하얀 납 가루 가면을 씌워주고 붉은 가발을 씌워준 뒤에야 간신위 밖으로 나설 수 있었습니다.
결국 1603년, 엘리자베스 1세는 69세의 나이로 쓸쓸히 눈을 감았습니다. 공식적인 사인은 노환과 우울증이었지만, 현대 의학자들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진짜 주범은 평생 동안 얼굴에 바른 '체내 납 농도 한계 초과(만성 납 중독)'였다고 확신합니다.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집착했던 하얀 피부의 정체는, 사실 그녀의 영혼과 육체를 갉아먹고 있던 하얀 저주였습니다.
4. 에필로그: 욕망이 만들어낸 하얀 유령의 교훈
초상화 속에서 영원히 아름답고 하얗게 빛나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하지만 그 화려한 그림 뒤편에는 이빨이 빠진 채 거울을 두려워하며 고통에 신음하던 한 여인의 슬픈 진실이 가려져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약인 줄도 모르고 납 가루를 얼굴에 쏟아부었던 여왕의 이야기는,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좇는 인간의 맹목적인 욕망이 얼마나 기괴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슬픈 잔혹사입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안전하고 좋은 화장품이 가득하지만, 혹시 우리도 여왕처럼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위해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무언가를 매일 바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듭니다.